“7년간 성관계 없어도 노력했으면 이혼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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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99년 결혼한 A씨(37)는 아내 B씨(36)와 7년이 넘도록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 이른바 ‘섹스리스’ 부부였다. 신혼 초기에 성관계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이들은 원만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 왔다. 2007년 2월 A씨가 부모에게 아내와 성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B씨는 시댁으로부터 외면을 당했고, 6개월 후 A씨는 이혼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내가 정당한 설명 없이 성관계를 거부해 온 데다 사치도 심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부모에게 전화 인사도 자주 하지 않았고, 시어머니의 폐암 수술 뒤 병간호를 소홀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씨는 “남편이 성관계를 의도적으로 피했고, 아이를 갖자고 해도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고 맞섰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0단독 김현정 판사는 A씨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판사는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긴 뒤 B씨에게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점과 B씨가 전문가 상담·치료 등을 받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밝힌 점을 고려할 때 부부의 노력에 따라 혼인 파탄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어 “성관계 거부나 기능상의 문제로 정상적 성생활이 불가능할 경우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볼 수 있으나 이 부분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고 B씨에게 문제가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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