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대책위원회, 기업 구조조정 압박…금융·세무 '양날의 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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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 정부가 30대그룹 (기아.한라.진로.뉴코아 등 부도기업 제외) 을 '구조조정 경주' 의 출발선에 세웠다.

비상경제대책위원회는 지난 14일 구조조정계획서를 받았다.

재계가 내놓은 답안에 대한 비대위의 채점은 일단 '총론 수긍, 각론 미흡' 으로 요약된다.

비대위 관계자는 "회장실.기조실 등 지배조직을 언제까지 정비할 것인지가 빠졌고, 과도한 부채비율을 어떻게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이제 관심은 비대위가 어떤 식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을 채근하느냐다.

비대위가 준비해둔 채찍은 '은행여신' 과 '세무행정' 두가지. 물론 1차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은행과 기업간 약정에 맡겨놓는 형식이다.

하지만 새 정부는 엄격한 금융감독규정을 마련, 약정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약정을 제대로 맺지 않거나 기업 심사에 소홀한 은행과 해당 임원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문책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계열사 통폐합.자산매각.지배주주 출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은 즉각 기존 여신을 회수당하게 된다.

신규 대출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이다.

회장실.기조실 등 지배조직 정비도 기업 자율에 맡겨놓았지만 흐지부지될 경우 여신 회수의 단서가 된다.

은행 여신을 통한 재계 압박이 간접적이라면 세무행정은 직격탄에 해당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과거 정권처럼 세무사찰을 정치적인 압박수단으로 쓰지는 않겠다" 는 게 비대위의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비대위는 구조조정이 '기준' 에 못미치는 대기업에 대해선 언제라도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새 정부는 결코 재계 개혁을 흐지부지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한 것은 필요한 경우엔 '금융과 세제' 를 통한 강제력을 행사할 것을 의미한다는 게 비대위의 설명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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