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의 숙제, 개발, TV, 민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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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11면

5 부탄 최대의 축제인 체추 기간에 열리는 전통 탈춤을 보기 위해 프낫카 사원에 서 있는 사람들

1. 부탄에 부는 개발 바람
지난해 왕위를 계승한 젊은 국왕은 선왕과 달리 개발에 적극적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도로와 전기를 모든 마을에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기의 보급이 가져올 가장 무서운 부작용은 TV가 아닐까. 지금 부탄에서는 아리랑 TV 때문에 한국의 가수와 배우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에 사는 부탄 사람들이 “한국 여자들은 어쩌면 다 그렇게 예쁜지요. 난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요.”

이렇게 말할 때면 아찔한 마음이 먼저 일곤 했다. 부탄, 제발 너만큼은.
미국의 식품기업 하인즈의 최고경영자는 이렇게 말했다. “TV만 있으면 인종이나 문화나 자라온 배경과는 전혀 상관없이 언젠가는 모두가 비슷한 것들을 원하고 필요로 하게 된다.”

텔레비전은 필요 없는 욕망을 생산하고 확대시키는 장치다. 그러한 불필요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더 일하고, 더 경쟁하며 사는 구조로 몰아넣는다. 이미 부탄에서도 많은 젊은이가 고향을 떠나 수도로 향하고 있다. 도시화와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부탄에도 생겨나고 있다. 부탄이 개발 바람 속에서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2.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정책의 부작용 ,
부탄 남쪽에 거주하는 네팔계 부탄인은 인구의 30%를 차지한다. 20세기 초반 네팔에서 이주해 온 이들은 힌두교도다. 1980년대 말부터 부탄 정부가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치와 예절’ 준수 정책을 펴면서 이들과의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가의 정체성 유지와 소수민족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가 젊은 국왕에게 부여된 새롭고 막중한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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