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자신이 동의 안 한 ‘김무성 추대론’에 불쾌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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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에 쐐기를 박았다.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6일(현지시간) 측근인 이정현 의원을 통해 “당이 잘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의 원내대표를 (추대)하는 것은 나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 참에 이 문제를 완전히 정리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박 전 대표는 형식과 내용 두 가지 측면에서 추대론을 비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퍼시픽 연구센터를 방문해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우선 형식 면에서 원내대표 추대는 당헌·당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이미 안상수·정의화·황우여 의원 등이 경선 참여의 뜻을 피력한 상태인데 본의 아니게 그만두도록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홍준표 원내대표도 추대로 선출됐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이미 실질적으로 경선 운동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추대’는 당내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것이다.

보다 주목할 부분은 내용에 대한 비판이다. “당이 잘 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이런 식으로 해선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여권 핵심부가 김무성 추대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친이·친박으로 갈라진 범여권 지지층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카드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추대론을 인위적인 정치공학적 접근에 불과하다고 본 것 같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이·친박 갈등은 진정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풀어 나가야지 당직을 준다고 갑자기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친이 진영이 박 전 대표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김무성 추대론’을 띄운 게 오히려 박 전 대표의 반발을 불렀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신이 국내를 비운 사이에 여권 핵심부가 ‘김무성 추대론’을 대세로 밀고 나오자 본능적으로 반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가 실현될 경우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빚어질 실정과 혼선에 대한 책임을 나눠 져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쇠고기 문제는 반미감정과 무관”=박 전 대표는 이날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의 초청강연에서 지난해 5월 벌어졌던 미국산 쇠고기 논란에 대해 “반미감정과 관련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라고 해놓고 갑자기 수입한다니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낀 것”이라며 “(정부의) 설명이 생략된 데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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