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쌍용차, 구조조정 없이는 회생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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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에 대해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편이 청산하는 것보다 가치가 크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법원이 삼일회계법인에 맡긴 평가보고서는 쌍용차의 계속기업가치가 1조3276억원으로 청산가치 9386억원보다 3890억원 많다고 평가했다. 일단 파산은 면했으니 쌍용차로서는 회생을 위한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은 셈이다. 그러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는 평가는 쌍용차가 지금 상태에서 저절로 살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강도 높은 자구노력과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를 상정한 가상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거꾸로 말하면 자구노력과 자금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언제든지 회사를 청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원은 회사가 제시한 구조조정 및 경영정상화 방안이 계획대로 실행되고 신규자금 2500억원이 원활하게 조달된다는 전제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차질을 빚을 경우 회생절차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쌍용차로서는 일단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으나 한 숨을 돌리기에는 앞으로 갈 길이 너무도 험하다. 법원의 판단은 쌍용차의 회생을 보장하는 최종결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고난의 출발신호일 뿐이다.

그런데도 쌍용차노조는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노조는 이번 법원 판단에 대해 “존속은 당연한 것이고, 구조조정은 안 된다”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회사 측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제시한 2646명(전체의 37%)의 인원감축안을 거부하면서 만일 8일 예정대로 노동부에 정리해고 계획을 신고할 경우 전면파업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면 쌍용차의 회생 시도는 시작도 해보기 전에 무산될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곧바로 파산절차를 밟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구조조정 없이 다 함께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그런 바람이 구조조정 없이는 다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는 엄혹한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쌍용차노조는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한 결정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