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록그룹 들국화, 팀 해체 11년만에 재결합 공연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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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11월 어느날, 성남 분당의 한 교회에는 침울한 표정의 가수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그 며칠 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교통사고로 비명에 간 록그룹 들국화의 건반주자 허성욱 (당시 35) 이 한줌의 재로 영면하는 자리였다.

참석자 중에는 생전의 그와 단 한번 인사를 나눴을 뿐인 까마득한 후배, '더 클래식' 의 건반주자 박용준의 얼굴도 보였다.

그는 “워낙 대선배지만 정확하고 아름다운 연주에 반해 어릴 적부터 존경해왔다” 며 울먹였다.

허성욱의 장례식은 80년대를 수놓았던 언더그라운드 스타밴드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요멤버가 숨졌음에도 언론에 보도가 안될 만큼 '잊혀진 그룹' 이 되버린 반면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 가슴에는 연령과 세월을 뛰어 넘어 생존하는 그룹임이 확인된 것이다.

그 들국화가 다시 일어선다.

오는 5월25일부터 5일간 호암아트홀에서 일시적 재결합 공연을 가질 예정. '미워도 다시 한번' 이란 애교 섞인 (?) 타이틀 아래 전인권 (보컬) , 주찬권 (드럼) , 최구희.손진태 (기타) 등 들국화 초창기 멤버들이 뭉쳐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등 80년대를 흔든 히트곡들을 연주할 계획이다.

지금은 '패닉' 등의 음반제작자로 변신한 베이시스트 최성원은 개인사정상 빠지게돼 허성욱의 빈자리와 함께 대체주자를 찾아야할 형편. 들국화 1기 멤버들은 87년 해체한지 11년만에 재결성 공연을 갖는데 대해 “성인음악이 다시 주목받고있는 요즘 시점에서 그 뿌리인 80년대 음악이 재조명돼야한다는 생각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일회성 결합이지만 그동안 만들어둔 신곡도 3~4곡을 연주할 방침. 여기서 반응이 좋다면 내년에 4번째의 정규 신보를 낼 가능성도 있다.

83년 결성된 들국화는 탄탄한 라이브경험을 바탕으로 85년 낸 1집이 폭발적 반응을 얻으면서 방송출연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언더그라운드의 신화를 창출한 그룹. 멤버들의 개성이 강해 4년만에 그룹이 해체돼자 보컬 전인권은 95년 새 멤버들을 영입, 들국화 2기를 출범시키고 3집을 내기도했으나 반응은 예전 같지 못했다.

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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