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정치] 청와대서도 자장면 시켜먹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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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5일 청와대 어린이날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에도 자장면이 몰래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자장면을 좋아하고요, 피자도 가끔 먹는다”고 하자 행사 진행자인 개그맨 컬투와 가수 신지가 "청와대에도 자장면이 배달되나요”라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이렇게 농담을 던졌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구내식당 영업시간을 놓친 야근자나 일부 직원이 자장면을 배달시키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몰래’ 들어올 정도는 아니지만 절차는 조금 까다롭다. 중국집 배달원이 청와대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자장면을 배달하고, 빈 그릇을 회수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이 중국집에 주문 전화를 걸고 ▶중국집 배달원이 청와대의 관문인 면회소까지 자장면을 들고 오면 ▶청와대 직원이 면회소에서 자장면을 건네받아 직접 들고 사무실까지 이동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빈 그릇 반환이 번거롭기 때문에 자장면은 보통 일회용 용기에 담겨 배달된다. 청와대 내부로 반입되기 직전 자장면은 폭발물 등을 걸러내기 위한 X선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피자나 김밥, 떡볶이 등 다른 간식들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친다.

만약 자장면을 배달한 사람이 일반 직원이 아니라 대통령이라면 한 단계의 관문이 더 추가된다. 청와대 경호처 소속의 검식관들이 이 대통령에 앞서 먼저 자장면을 먹어보는 검식 과정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대통령이 이런 과정을 거쳐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은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자장면이 이 대통령 앞에 도착한다고 해도 너무 불어 이미 먹을 수 없는 상태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요즘도 자장면을 자주 즐긴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복잡한 절차 대신 관저에서 사람을 시켜 직접 자장면을 공수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별미 간식들을 외부에서 직접 공수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이 대통령 가족들 사이에서 강남의 A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파는 떡볶이와 순대, 강북 B제과점의 모나카 아이스크림, 시내의 C식당에서 파는 단팥죽은 이 대통령이 선호하는 ‘3대 명품 간식’으로 통한다. 그래서 관저 직원들이나 딸·사위들이 이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지시’를 받고 직접 사다가 관저로 배달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1급 요리사들과 관저 직원들이 맛있는 음식을 척척 만들어내기 때문에 실제로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이 맛보지 못하는 음식은 거의 없다. 그런 이 대통령에게도 단골식당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게 마련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여의도의 한 한식당 요리사를 두 차례나 청와대로 불러 이들이 만든 냉면을 먹은 사실은 청와대에서도 몇 사람만 아는 이야기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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