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당선자 집권 정치작업 부심…환난 잡았지만 현안 산더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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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사실상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에게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날 위기는 1백억달러 긴급차입으로 풀었다지만 노동계.재계.관료.거야 (巨野) 등 4자 (者) 와의 얽히고 설킨 현안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여전히 지난 (至難) 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리해고.대기업 구조조정.정부기구 축소 등 모든 게 초대형 현안이다.

하나같이 향후 몇년간의 순항여부, 집권 성패를 가름할 만한 일들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거야인 한나라당이 즉각 당선자측의 '무능' 을 탓하고 나설 것이란 점도 당선자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구나 시한도 짧다.

임시국회 폐회까지의 11일 이내에 풀어야 한다.

동시다발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참모들은 "하나만 삐끗해도 나라 안팎으로부터 정국 주도능력을 의심받게 된다" 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해찬 (李海瓚) 의원 같은 사람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주가하락.환율급등 - 세부 금융협상 난항 - 국내금리.물가 상승 - 외국인 투자부진 - 성장률 저하 - 외화 차입조건 악화 - 국가 부도위기 재현 등 7단계에 걸친 '악몽의 시나리오' 가 현실화할 수 있다" 고 극단적 우려를 표하고 있다.

金당선자는 일단 총력전을 택했다.

3일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를 한국노총에 보내 설득토록 하고, 6일 30대 기업 총수와 직접 만나기로 했다.

金당선자와 4당 대표간의 고위급 회동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절충과 협상을 병행하겠다는 뜻이다.

해양수산부 존폐에 대한 金당선자측의 태도가 대표적이다.

金당선자는 3일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으로부터 존치를 요청받자 재고 방침을 밝혔지만 실무진에서는 '벽돌 하나를 빼다가 둑이 무너진다' 며 반대하고 있다.

그래도 무게중심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대강 (大綱) 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양보하겠다는 쪽이다.

金당선자는 6일 30대 기업 총수와의 회동을 시작으로 재계.노동계.야당 지도부와 연쇄 회동을 갖고 각각 패키지 딜 (일괄거래)에 나서는 안 (案) 도 가다듬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이전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가 대타협을 이루면 상대적으로 30대 기업 총수와의 회동에 나서는 金당선자의 입지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원칙과 주도권을 잃으면 안된다" 는 강경론도 거세어 주목된다.

향후 11일은 金당선자가 현실과 원칙의 중간선에 서서 젖먹던 힘까지 짜내는 기간이 될 것 같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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