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박물관 1호 보물 ⑩ 아프리카박물관 쌍둥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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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높이 58㎝, 19세기,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아프리카에서도 가난하기로 손꼽히지만 문화적 자부심만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나라 부르키나파소. 그곳 로비(Lobi)족 마을에서는 임신한 여인에게 나무로 만든 쌍둥이상을 건네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여인은 조각상을 머리맡에 놓아두다 출산 후 태워 없앴다는군요.

몸통에 머리 두 개가 붙어 샴 쌍둥이를 떠올리게 하는 조각상은 다소 기묘합니다. 쌍둥이 얼굴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꼭 닮았습니다. 다만 한쪽 아이 몸엔 젖가슴을 뚜렷이 표현해 남성과 여성을 구분했습니다. 턱선이 갸름하고 움푹 들어간 눈, 날선 콧날은 분명 흑인이 아닌 백인 것입니다. 흑인 마을에서 왜 백인 얼굴을 새겼을까요.

아프리카 대륙을 점령한 서구 문명은 오랜 식민통치기간 동안 아프리카 사람들 생활과 문화를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프랑스 식민지였던 부르키나 파소 역시 1960년에야 독립했습니다.

쌍둥이상은 로비족이 백인 닮은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만든 일종의 부적이었습니다. 로비족 여인들은 조각상을 태우며 식민지 여성의 한을 함께 불태웠던 겁니다. 그래서 이 조각상은 ‘바태바 야다워라(bateba yadawora)’, 즉 ‘슬픈 조각상’이라고도 불립니다. 뼈아픈 식민의 역사를 담은 쌍둥이상은 일제강점기 우리의 아픈 과거와도 닮았습니다.

이경희 기자

◆아프리카박물관=제주도 대표 박물관. 아프리카 30개국 70여 부족이 18~20세기 초 만들어낸 조각·가면·악기·생활용품 등 생동감 넘치는 미술품을 전시한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아프리카 사진 연작 등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국내외 작가들의 현대 미술 작품도 소개한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연중무휴. 어른 6000원, 어린이 3000원. 064-738-6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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