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분쟁조정위, 펀드 환매 만류해 손해 땐 증권사가 60% 배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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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손해가 나면 집을 팔아서라도 보장해줄 테니 절대 환매하지 마세요.”

주가연계펀드(ELF)를 환매하려는 고객에게 이렇게 큰소리를 쳤던 증권회사가 손해 배상을 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5일 조정 사례를 공개하고 “증권사 직원이 부당하게 환매 보류를 권유했다면 고객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정을 신청한 A씨는 지난해 5~6월 4개 펀드에 모두 2억4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주가가 떨어지자 채권형 펀드로 갈아타려고 ELF의 환매를 요청했다. 펀드 투자 경험이 많은 A씨는 코스피 지수가 1200 이하로 하락하면 자신이 가입한 ELF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러나 증권사 담당 직원은 “1200이하로 하락할 일은 절대 없다”며 환매를 말렸다. 이후에도 몇 번 실랑이가 있었지만 매번 직원은 환매를 만류했다. 조정위는 조정 결정서에서 “직원이 단순한 의견 표시를 넘어 단정적으로 환매 보류를 권유했고, 원금과 수익 보장을 약속한 것은 위법”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100% 증권사 책임으로만 돌리지는 않았다. 직원이 말려도 최종적인 결정은 투자자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A씨는 환매를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 4157만원을 배상하라고 요청했지만 조정위는 이 가운데 40%를 뺀 2494만원만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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