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이 만든 '아빠 반상회'…대구 성광 우방타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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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소진이 엄마가 둘째 아이를 낳으러 친정 가는 바람에 아버지까지 덩달아 못 나왔습니다.”

“최근 이사온 103호 아버지를 소개합니다.” 25일 저녁 대구시북구칠성동2가 성광우방타운 109동 905호에서 아버지들의 반상회인 '아버지 모임' 이 열렸다.

성광우방타운은 지난해 11월부터 반별로 아버지 모임과 어머니 모임을 구성했다.

주부들만 매월 모이는 반상회 틀에서 벗어나 아버지.어머니들이 번갈아 모이자는 취지에서다.

지난달 어머니 모임에 이어 이날 열린 아버지 모임은 40가구 가운데 아버지 21명과 바쁜 남편 대신 어머니 10명 등 31명이 참가했다.

이날 모임에서 아버지들은 최근 결혼한 권숙동 (32.신협 직원) 씨 부부를 소개하고 파출소에 근무하면서 각종 사범 검거 실적이 높아 경장으로 특진한 장정현 (30) 씨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동 대표 천이우 (38) 씨의 진행으로 단란한 가정 만들기와 재활용품 분리수거 요령, 온수 사용을 줄여 아파트 관리비를 줄이는 방법 등 각종 정보도 주고받았다.

주민들은 이어 “자녀들이 한 명 뿐이거나 편모 가정 어린이들의 성격이 고집스럽고 비뚤어지기 쉽다” 며 다음달부터 반상회별로 '놀자 모임' 을 만들기로 했다.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아버지.어머니 모임이 구성된 것은 지난해 9월 103동 2반의 주부들이 “여자들만 모일 것이 아니라 서로 얼굴을 잘 모르는 남편들도 반상회에 참석시키자” 고 의결했기 때문. '남자들도 모여라' 는 아내들의 명령 (?)에 따라 아버지들은 같은해 11월 첫 모임을 가졌다.

아버지.어머니 모임을 통해 얼굴을 익히게 된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등에서 만나면 자연스레 “집에 놀러오세요” 라며 인사를 주고 받을 정도로 친숙해졌다.

성광우방타운 1천10가구 26개 아버지.어머니 모임은 다음달 25일에는 부부가 함께 참석, 윷놀이를 할 예정이다.

대구 = 김선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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