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일을 위한 설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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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울한 귀성 (歸省) , 슬픈 설날을 맞는다.

뻥 뚫린 고속도로가 오히려 가슴 아프다.

하루를 예측 못할 직장 사정으로 귀성 자체가 우울하고 이미 직장을 잃은 가장의 설날은 설날이 아니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언제까지 우리는 비관과 절망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인지를. 힘겨운 생활에 줄이고 줄이다 보니 희망과 극복의 의지마저 상실한 것은 아닌지, 우리 설날을 맞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나눔의 자리, 협업.협력을 다짐하는 두레 공동체의 자리가 설날이다.

어려운 위기상황에서 혼자서 살 수 없다는 이치를 깨닫기에 두레 공동체 정신은 빛을 발한다.

어려운 이 시기를 어떻게 넘기고 어떻게 서로를 도울 것인가.

이번 설날의 만남은 이런 화두에서 출발해 또다른 협업.협력의 공동체적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 공동체 정신의 총화가 '금모으기' 운동이었다.

한달 남짓한 기간에 연간 국내 수요량인 1백t을 모았다는 사실은 우리의 두레정신이 어떠한지를 세계에 자랑한 저력이었다.

보다 적극적인 극복 노력과 지혜를 짜보는 설날 연휴여야 할 것이다.

나라 전체가 구조조정을 해야 위기 극복을 할 수 있다는 합의를 하고 있다.

노사정 (勞使政) 모두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고통을 떠안는 데는 아직도 인색하다.

원칙에는 합의하면서도 법 개정에는 아직 진전이 없다.

기업 없이 근로자가 존재할 수 없고 근로자 없이 기업이 설 수 없다는 이 평범한 진실앞에 노와 사가 무엇을 더 머뭇거릴 것인가.

협업.협력의 두레정신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내년 설날은 분명 자랑스런 설날로 다시 찾아 올 수 있다.

내년 설날엔 오늘의 고통이 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짧은 시련이었다고 옛이야기처럼 회고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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