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라크 문제로 관심 돌려 '르윈스키 스캔들' 회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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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워싱턴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세계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혹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현재로선 아무도 자신있게 단언할 수 없다.

미 언론들도 일단 연일 대서특필하고는 있지만 사실보도에 국한, 어떤 방향을 정해 몰고가지는 않고 있다.

24일자 (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 1면은 이런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큼지막한 사진은 방금 백악관 회의를 마치고 나온 미 행정부의 각료들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가운데 두고 심각한 표정으로 둘러서 있는 장면이다.

각 방송이 들이댄 마이크 앞에 선 올브라이트 장관의 메시지는 "우리 각료들은 흔들림없이 일에 충실해야 하며 대통령 자신도 별일없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

마침 사진 왼쪽 옆 머리부분에는 '이라크 공격 결정 다가와' 라는 제목의 기사가 클린턴의 보좌관을 인용해 올라 있다.

사진 밑으로는 다시 르윈스키와 관련된 속보와 뒷얘기다.

하나는 62세의 루시엔 골드버거라는 출판 에이전트가 이번 연방수사국 (FBI) 의 르윈스키에 대한 '녹음수사' 주요 막후 인물이라는 기사, 또 하나는 르윈스키의 평판에 대한 기사다.

르윈스키 스캔들을 처음 터뜨린 워싱턴 포스트는 이처럼 ▶심각한 각료들 ▶이라크 공격가능성 ▶골드버거라는 막후 인물의 '보수파 음모 부인' ▶르윈스키의 '양면성' 등을 TV 화면처럼 보여주고 있다.

'공화당, 당분간 지켜보며 침묵 지키기로' '힐러리, 클린턴 방어 위한 백방노력 시작' 이라는 간지 기사로 이를 받치기도 했다.

예컨대 공화당은 "아직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마당에 섣불리 끼어들어 만의 하나 '오해' 받거나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겠다" 라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이후 사흘 만에 월가의 주가는 1백20포인트 이상 빠졌다.

동시에 확인된 바로는 아직까지 지난 주말의 국제통화기금 (IMF) 이사회에서도 이번 스캔들이 아시아 위기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거론되지 않았다.

뉴욕에서 진행중인 우리 협상단의 채무재조정 협상에서도 미국은행들이 부르는 금리가 아직 르윈스키 때문에 더 올라가지는 않았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클린턴이 어떤 여자와 자든 상관않지만 야세르 아라파트와 클린턴이 마주 앉은 일이 잘못되거나 주가가 떨어진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워싱턴 = 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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