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빅딜'이 이뤄지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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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과 정부는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이른바 '빅딜' 이란 그룹간 사업교환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5대그룹 기조실장과 김원길 (金元吉) 국민회의정책의장.임창열 (林昌烈) 경제부총리가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 기업개혁 프로그램을 다음달 24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대우 김우중 (金宇中) 회장과 만난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는 구조조정 계획에 빅딜을 포함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당선자측이나 정부가 빅딜을 기업 구조조정의 줄기로 추진하려는 논리적 배경엔 지나친 다각화가 과다차입의 원인이라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

다각화보다 전문화를 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화가 경쟁력 강화의 유일한 방안인가 하는 논제는 상당히 신중한 토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어디까지 집중되는 것이 전문화인지, 과연 한두개 업종만 특화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시장상황과 경쟁의 정도나 보유한 기술축적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이 문제에 관한 교과서적인 해답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사업교환이든 전문화든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인수.합병 (M&A) 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할 일은 특정 기업에 특정 사업을 특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수.합병이 잘 이루어지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아직도 기업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각종 규제가 온존돼 있다.

빅딜에 따른 사업교환에는 공정거래법상 독과점규제 조항도 장애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당장 할 일은 산업구조조정에 관한 특법법을 빨리 만들어 기업 인수.합병이 추진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제정하고, 이 법과 상충되는 기존 법률과 제도를 개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경쟁력 증진을 위해 어떤 사업을 정리하고 다른 기업과 바꿀 것인가는 전적으로 기업에 맡겨 경제원칙에 맞게 구조조정이 추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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