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M&A는 아시아서"…GM·포드·시티은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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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유럽 기업들이 아시아 기업들의 인수.합병 (M&A) 을 적극 추진하고 아시아 각국도 외국투자유치에 적극 나서 올해 이 지역의 M&A규모가 유례없이 급증할 전망이다.

아시아지역내 M&A에 관심 있는 미.유럽의 관계자들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평생에 한 번 있을 사업 기회' 라며 M&A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투자은행인 플레밍스가 마련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경을 넘어 이뤄진 아시아 기업에 대한 M&A규모는 모두 1백80억달러로 지난 96년보다 두 배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기간별로는 지난해 상반기에 약 1백20억달러, 하반기에 약 60억달러의 M&A가 이뤄져 지난해 7월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아시아 기업에 대한 M&A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중 아시아 기업에 대한 M&A가 줄어든 것은 아시아 역내 기업간의 M&A가 줄어들었기 때문. 미.유럽 기업들이 아시아 기업을 M&A한 금액은 지난해 상반기 57억달러, 하반기 60억달러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금융위기가 심화된 지난해 하반기에 미.유럽 기업들은 아시아 기업에 대한 M&A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세계적 회계법인인 KPMG사는 최근 연례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 급락에 힘입어 값이 싸진 아시아 기업에 대한 M&A가 올해 급증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금융위기를 맞아 한국.필리핀.인도네시아등 아시아 각국이 외국 기업들에게 자국 기업을 매입할 수 있도록 M&A관련 규제를 대폭 철폐하는 등 문호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고 보도했다.

아시아 기업 인수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미국 기업들이다.

GM.포드등 미 자동차업계의 '빅3' 는 M&A를 통해 아시아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GM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민차 사업에 대한 특혜를 철폐하기로 결정하자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 시티은행이나 휴렛 팩커드사 역시 이 지역에서 M&A를 적극 추진 중이다.

한편 지난해 미국 기업들의 M&A규모는 사상 최대인 1조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M&A 역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96년보다 그 규모가 약 50%가량 증가한 것이다.

1천5백만달러 이상의 M&A만도 3천7백여건에 달했으며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M&A는 지난해 1백56건을 차지해 96년의 97건보다 60%나 늘어났다.

지난해 최대 M&A는 통신회사인 월드컴의 MCI 인수 (3백65억달러) 였다.

전문가들은 "9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국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최근 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며 "올해 M&의 최대 신흥시장은 아시아가 될 지도 모른다" 고 말했다.

김형기·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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