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민,한라중공업 직원돕기 쌀 3백26가마 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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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막대한 부채를 안고 쓰러진 회사는 우리가 돕기에 역부족이지만 직원의 가족까지 외면할 수는 없죠. 곧 설인데 떡이라도 해 먹고 용기를 잃지 말라는 작은 정성입니다.

" 전남영암군민들이 석달째 봉급을 못받아 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관내 '한라중공업 (조선부문) 직원을 돕기 위한 사랑의 쌀' 을 모으고 있다.

영암지역 농민.공무원.사회단체회원 등이 십시일반 (十匙一飯) 으로 쌀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일부터. 이장들이 자루를 들고 마을을 돌면서 한라중공업 가족을 돕자며 한 집에 쌀 한두 되 혹은 성금 1만~2만원씩 거두기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한지 열흘만인 지난 18일까지 7천여명이 참여해 3백26가마 (5천만원 상당) 의 쌀이 모였다.

한라중공업 사원아파트에 사는 1천2백여가구에 10㎏씩 나눠줄 수 있는 80㎏들이 1백50가마를 목표로 했으나 이를 훌쩍 넘어 버린 셈이다.

한라가족돕기위원장 김희규 (金喜圭.57.영암문화원장) 씨는 "한라 직원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용히 쌀을 모았다" 며 "오는 22일 가구당 10㎏씩 나눠주고 나머지는 회사 구내식당에 제공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한라 직원들도 지난해 11월부터 60만원 외에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지라 영암군민들의 도움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사원아파트 부녀회장 임애순 (任愛順.38) 씨는 "원금조차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손해까지 보며 적금은 물론 보험을 해약해 생활하고 있으며 고향에 설 쇠러 가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이 많다" 며 주민들의 정성에 눈시울을 붉혔다.

영암 =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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