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마르코스가 '오월동주'…같은 당서 총선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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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견원지간 (犬猿之間) 이었던 필리핀의 아키노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이 한 배를 타게 됐다.

필리핀 야권연합 (LAMMP) 은 18일 마르코스 전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2세 (41) 를 총선후보로 영입했다.

문제는 마르코스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알려진 베니그노 아키노 전상원의원의 동생인 아가피토 아키노 (58) 와 여동생 테레사도 같은 당 후보로 결정된 것. 필리핀판 (版) 오월동주 (吳越同舟)가 실현된 셈이다.

아키노의 죽음직후 피플파워에 밀려 마르코스가 해외로 내쫓긴 뒤 아키노의 미망인 코라손 여사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두 집안이 서로 한번씩 치명타를 날린 셈이다.

그러나 정치환경이 바뀌면서 두 집안은 졸지에 원수에서 동지로 변하게됐다.

아가피토는 "정치는 화해와 타협의 예술" 이라며 마르코스 2세를 환영했다.

과거 나선형으로 맞붙으며 필리핀 역사를 끌어왔던 이들 두 가문이 앞으로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지 관심거리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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