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도 '금모으기'…장물 의심받지 않고 쉽게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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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금 모으기 운동이 확산되면서 금만 골라 훔쳐가는 도둑이 설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4시30분쯤 전북전주시완산구중화산동 W아파트 노인정에서 모 병원 원장을 자처하는 40대 남자가 노인들에게 허리통증과 관절염 물리치료를 무료로 해주겠다며 소지품을 모두 내놓도록 했다.

이 남자는 물리치료하는 시늉을 하면서 찬물에 몸을 씻어야 한다며 노인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낸 뒤 소지품중 예금통장 등은 남겨둔 채 蘇모 (76) 할머니의 5돈쭝짜리 금목걸이와 3돈쭝짜리 금반지만 훔쳐 달아났다.

또 13일 오후7시쯤 서울동작구사당동 文모 (45.건축업) 씨 집에 도둑이 들어 금반지 2백50여개 (2백돈쭝 상당) 등 2천만원어치의 패물을 훔쳐 달아났다.

文씨는 경찰에서 "금반지는 세 아이의 백일.돌잔치 때 친지와 친구들로부터 받은 것" 이라며 "큰딸의 대학 입학금으로 쓰기 위해 금 모으기 행사장에 내다 팔 작정이었다" 고 말했다.

지난 9일에는 전주시덕진구송천동 H아파트 李모 (41).成모 (36) 씨 집에 도둑이 들어 카메라.예금통장.다이아반지 등은 손도 대지 않고 15돈쭝짜리 금목걸이와 10돈쭝짜리 기념메달만 각각 훔쳐갔다.

경찰은 금 모으기 운동을 틈타 훔친 금을 의심받지 않고 팔 수 있는 점을 노려 금 전문털이가 늘고 있다고 보고 피해자들로부터 도난당한 금목걸이 등의 사진을 확보, 금 모으기 장소 등지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전주 = 서형식·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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