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높고 외제품 배격…주한 외국기업인 하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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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외국제품이면 값이건 품질이건 안따지고 무조건 쓰지 말자고 하니 이래서야 한국에 투자하겠습니까.” “세금은 갈수록 오르고 수출입금융은 안 풀리고 우리도 죽을 맛입니다.”

정해주 (鄭海주) 통상산업부 장관은 15일 낮 무역협회에서 주한 외국기업협회 (회장 최인학 한국모토롤라사장) 소속 외국기업대표 25명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봇물처럼 쏟아진 외국인들의 하소연에 진땀을 흘렸다.

이들은 ▶최근 외제품 배격운동과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인식의 문제점▶갈수록 무거워지는 세금▶내수를 죽이는 수출드라이브 분위기▶수입품에 대한 각종 규제등이 외국인기업의 대한 (對韓) 직접투자를 가로막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다음은 간담회에서의 발언내용.

◇ 마이클 브라운 주한미국상공회의소회장 =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한국정부는 먼저 투자한 우리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면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한국국민들은 외국기업의 투자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나서서 외국인투자의 필요성을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

외국인기업도 세금부담과 금융비용 부담이 갈수록 무거워져 사정이 무척 어렵다.

◇ 휴고 라이머스 주한유럽연합 (EU) 상공회의소 부회장 = 국산품애용운동이 외제품배격운동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외제품이라도 품질이 좋고 값이 싸다면 쓰는게 정상아닌가.

IMF는 치욕이고 외국은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는 식의 시각은 문제가 있다.

미국.일본.EU등은 국민세금으로 한국에 달러를 대주고 있다.

한국보다 실업률이 훨씬 높은 EU가 혈세로 실업률 낮은 한국을 지원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애드리안 멘저슨 한국바스프사장 = 한국정부가 IMF의 요구사항을 수용함에 따라 외국인들은 한국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고 마음대로 정리해고도 하는등 이득을 본다는 인식은 잘못됐다.

정리해고는 외국의 이익때문이 아니라 한국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도입하는 것이다.

◇ 최인학 외국기업협회장 = 한국정부가 투자유치를 위해 공장부지지원등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으나 최근에는 최저한세율을 15%로 인상하려 하고 있다.

이래서는 투자유치가 어렵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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