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인터내셔널, '닉스 청바지' 무일푼 흡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지난해 나라종금을 인수해 화제가 됐던 의류업체 보성인터내셔널이 국내 최대의 청바지업체인 태승트레이딩을 15일 전격 인수했다.

'닉스' 로 유명한 태승트레이딩은 지난해 매출 1천5백억원에 1백억원 이상을 순익으로 남긴 우량업체. 이를 인수한 보성인터내셔널도 지난해 매출 7백30억원에 순익 70억원을 낸 업체이긴 하다.

하지만 덩치 작은 기업이 업계 선두기업을 인수.합병 (M&A) 했을 뿐 아니라 M&A과정에서 당장 돈 한푼 안들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호준 (金浩準) 보성인터내셔널사장은 15일 임우성 (林禹成) 태승사장과 M&A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80%의 지분으로 태승의 최대주주인 林사장은 3년후 주식가치를 재평가, 해당금액을 지불받되 최소한 현재의 주당가치는 보장받는 조건으로 지분을 넘겨주기로 했다.

이같은 M&A방식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성은 지난해 11월 나라종금 인수때도 나라종금 대출금으로 인수자금의 상당액을 충당했었다.

자본금 10억원에 자산이 7백50억원이나 돼 주당가치가 최소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평가되는 태승이 보성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경영진간의 갈등 때문으로 알려졌다.

태승은 林사장이 최대주주지만 자금 이외의 회사의 모든 결정은 2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홍선표 (洪宣杓) 부사장이 관장, 업계에서는 洪부사장의 회사로 통해왔다.

업계 소문은 洪부사장이 최근 해외자본 도입을 추진하자 그럴 경우 지분이 줄게 돼 경영권 위협을 느낀 林사장이 회사를 보성으로 넘겨줘 버렸다는 것이다.

洪부사장은 "미국.캐나다회사 등과 지분투자를 논의하고 있었는데 林사장이 최근 전임사장을 그만두게 하고 대표이사로 취임, 아무도 모르게 회사를 팔았다" 고 말했다.

이번 M&A를 통해 외형 2천억원대의 거대회사로 재탄생한 보성인터내셔널은 지난 92년 설립된 의류전문업체로 '보이 런던' '겟 유스트'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코스닥에 주당 4만5천원에 상장했으며, 관계회사로는 보성어패럴과 역시 지난해 인수한 ㈜세우포리머 등이 있다.

김태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