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개운찮은 시·구 밀월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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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시 '민선' 구청장들이 요즘 '관선' 시장직무대리를 향한 구애 (?)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강덕기 (姜德基) 시장 직무대리가 이달 초부터 신년인사와 업무보고를 겸해 각 자치구를 방문하는 자리는 한마디로 구청장들이 절절한 마음을 한껏 드러내 놓는 자리. 구청장을 비롯 전직원이 姜시장대리가 구청정문에 들어왔다 나갈 때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민선이전시대로 회귀한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실제로 지난8일 성북구를 필두로 도봉.송파.동작.종로.강남.은평에 이어 15일 용산.중랑구에 이르기까지 구청장들은 버선발로 나오다 시피하며 姜시장대리를 뜨겁게 맞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민선1기 조순 (趙淳) 시장이 지난해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급랭했던 시와 구의 관계를 감안할 때 실로 큰 변화가 아닐수 없다.

趙시장에게 극도의 서운함을 가졌던 대다수 구청장들이 姜시장대리 체제이후에도 한때 시장주재 구청장회의를 보이콧하는등 원활한 업무조율에 이상기류가 한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쨋든 이같이 시와 구의 냉각관계가 밀월관계로 반전되고 있는 것은 시민 전체의 이익을 생각할 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뻣뻣하던 구청장들의 태도가 돌변한 배경을 알고보면 개운찮은 면도 없지않다.

이는 융숭한 '대접' 이 끝날 무렵 姜시장대리에게 내놓는 각종 '건의사항' 을 들여다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인사동 문화거리 환경조성비 시비 지원 (종로) ▶재래시장 용도지역변경 (동작) ▶환승주차장 운영권 구에 위탁 (도봉) ▶이태원 관광단지 위생업소 영업시간연장 (용산) 등. 주로 "돈달라" "인.허가 해달라" 는 내용으로 시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 일색이다.

2기 단체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다는 상황도 관선시장앞에 민선단체장들이 '고개를 숙이는' 또다른 배경이다.

재선을 위한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구청장들로서는 시장의 연초 구청방문후 차별적으로 배당되는 6백80억원대의 자치구 특별교부금을 한푼이라도 더 받아야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사정이야 어떻든간에 평소 고자세를 부리던 구청장들이 너무 굽신거리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다.

자칫 잘못하면 '선거를 앞둔 몸조심' 이란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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