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돼지 플루’라고 부르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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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서 발생해 전세계로 번지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의 호칭인 ‘돼지 플루(swine influenza)’ 대해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왔다. 미국 양돈업계가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는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미국 국가안전성 자넷 나폴리타노 장관과 농업성 톰 빌새크 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이번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재차 H1N1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면서 ‘돼지 플루’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빌새크 장관은 이번 바이러스는 음식물과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돼지 플루’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돼지 플루’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돼지 고기를 먹지 말도록 규정하는 유태인 법률 때문이다. 대신에 이번 바이러스가 발생한 나라 이름을 따서 ‘멕시코 플루’라고 부르고 있다.

파리 본부를 둔 세계동물건강보호기구도 ‘돼지 플루’라는 명칭에 반대하고 있다. 왜냐 하면 이번 바이러스에는 돼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인체 바이러스, 조류 바이러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이 바이러스 때문에 병에 걸린 돼지는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미 바이러스’라고 부르자는 의견도 있다. 특히 미국의 양돈업계가 ‘돼지 플루’라는 명칭 때문에 매출액이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양돈업계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미국산 돼지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SI 때문에 최근 이틀동안 미국 현물 시장에서 돼지고기, 콩, 옥수수 가격이 급락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관리본부 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리처드 베서는 ‘돼지 플루’라는 표현 때문에 마치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양돈 업자들이나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들은 물론 바이러스 감염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이로울 게 없다며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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