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개조 프로젝트 참가 거절한 김모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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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공부 개조 프로젝트팀은 4월 선정 사연의 마지막 주인공을 만났다.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김모(K고 1)군의 집을 방문해 3시간 반 정도에 걸친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프로젝트팀은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 김군의 저항감이 강해 정작 학습에 관한 실질적인 상담은 이뤄지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연을 보낸 이는 김군의 아버지(ID 작은 연못)였다. 사업 실패 후 가족들과 떨어져 지방에서 일하고 있는 김씨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았다.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대신 아이들에게 방학 때마다 영어 과제를 내주고 이를 e-메일로 점검할 정도였다. 그러다 아들과 상의 없이 공부 개조 프로젝트를 신청했으며, 프로젝트팀은 참여 열의 등을 고려해 김군 아버지를 대상자로 선정했다. 문제는 상담 직전까지도 아들 김군이 이런 내용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군도 한때는 성적이 우수했다. 그러나 외고 진학을 위해 본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명 입시 전문학원으로 옮긴 뒤부터 김군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성적은 점점 떨어졌고 입시 결과도 좋을 리 없었다. 일반 고교에 진학한 지금, 김군은 스스로를 ‘하위권’이라고 평가한다.

프로젝트팀과의 대화 도중 김군은 부모에 의해 외고 입시학원으로 옮겼던 일에 대해 아직까지 분노를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프로젝트 상담 역시) 왜 아버지 마음대로 결정하느냐”고 말했다.

박재원 소장은 김군에 대해 “배우는 과정을 중시하는 ‘학습 성향’이 아닌, 외부 평가와 결과를 중시하는 ‘평가 성향’ 타입”이라고 진단했다. 노력보다는 타고난 재능에 무게를 두며,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과 실패에 대한 위축이 강하다는 것. 박 소장은 “김군이 입시학원에서 처음으로 낮은 평가를 받으며 경험한 좌절감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프로젝트팀은 상담을 시도한 다음 날인 22일 김군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는 “상담받고 싶지 않다”고 재차 거부했다.

당장 학습에 대한 조언보다는 심리적 태도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프로젝트팀은 독서 치료를 추천했다. 위인전·수필집 등을 통해 실패와 난관을 극복한 사례를 충분히 경험하도록 권유한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같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눠볼 것도 제안했다. 김군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일단 책은 읽어보기로 했다. 프로젝트팀은 김군의 부모에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시험에 대한 압박이 없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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