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해외물 팔아 국내주식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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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외국인들이 해외증시와 국내증시에 동시 상장된 주식의 가격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 (Arbitrage)에 나서고 있다.

국내증시의 폭락사태와 환율폭등으로 상대적으로 국내 주식값이 싸다는 점을 이용해 해외증시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 (DR) 를 팔고 국내증시에서 원주 (原株) 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재정거래는 국내투자자들보다는 전 세계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투자기법으로 주가와 환율이 불안정할 수록 성행하는 경향이 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항제철의 경우 지난 9일 현재 국내증시상장주식은 4만6천3백원인 반면 뉴욕 증시의 DR가격은 11만3천7백34원 (달러당 1천8백5원기준)에 이르고 있다.

즉 뉴욕증시의 포항제철 DR을 팔면 국내 주식 1주를 매입하고도 6만7천4백34원이 남게 된다.

포철외에 지난 9일 한국전력의 DR 가격은 3만1천5백93원으로 국내 주식가격 (1만8천3백원) 의 두배에 이르고, SK텔레콤.현대건설.기아자동차.삼성전자.LG화학등 우량주의 국내외 주식가격차가 대부분 2배이상 벌어져 있다.

증권사 국제영업 담당자들은 외국인들이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재정거래에 나서 상당한 매매차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7일부터 외국인들이 한국전력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은 환차익을 이용한 재정거래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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