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 잇단 비자금공개로 가장 생활비부담 덜어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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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부 박민형 (41.서울서초구잠원동) 씨는 며칠전 고민끝에 1천만원의 비자금을 남편 앞에 내놓았다.

결혼할 때 친정에서 준 1백만원을 10여년간 조금씩 불려왔던 것. 모회사 중역 자리를 내놓게 된 남편이 생활비까지 걱정하느라 꺼칠해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파 "당분간 생활비 걱정은 하지 말라" 며 내놓은 것. 남편은 머쓱해하면서도 내심 안도하는 눈치였다.

IMF 한파가 주부들이 속주머니에 숨겨둔 비자금까지 공개시키고 있다.

가장의 실직.임금삭감에다 물가상승까지 겹친 까닭. 최근 여성단체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부 10명중 4명꼴로 9백만원 정도의 비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부 朴모 (35.경기도고양시일산구) 씨는 "이웃이나 친구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비자금을 가지고 있는데 IMF 한파로 그중 절반이 남편에게 이를 공개하고 있다" 고 들려준다.

비자금 공개방법도 가지가지. 비자금을 전부 공개하는 헌납파도 있지만 비자금의 절반 정도만 공개하는 실속파, 빌린 돈이라면서 급한 데 쓰라고 내놓는 오리발파 등 다양. 이화여대 문숙재 (가정관리학과) 교수는 "아내의 비자금은 가정이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해 모아둔 비상금인 만큼 공개시엔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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