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벌정책]4.상호지급보증·결합재무제표 도입…김대중 당선자측 구상(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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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측은 당초 정부가 2001년 이후 완전 해소키로 추진했던 상호지급보증과 2001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한 결합재무제표의 도입을 99년으로 앞당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결합재무제표를 99회계연도부터 전면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계열사 정리 등을 위한 조정기능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키로 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현재의 회장실.그룹기획실 등이 갖고 있는 사적 (私的) 기능을 지주회사란 법적 장치를 통해 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호지급보증 해소에 대해서도 당초 일정을 살리는 대신 벌칙을 부여하는 절충적 형태를 취했다.

정부는 올해 3월까지 자기자본의 1백%를 넘는 상호지보를 해소토록 했고 2000년 3월까지는 완전 해소한다는 방침을 추진중이었다.

당선자측은 이 일정은 놔두는 대신 ▶오는 4월부터 자기자본의 1백%를 넘는 지급보증분에 대해서는 5%의 벌칙금리를 물리고 신규 보증은 금지하며▶2000년 4월부터는 모든 상호 지급보증에 대해 3%의 금리를 물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물론 지금도 공정거래법에 상호지보 초과분에 대해서는 초과분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지난번 상호지보를 자기자본의 2백%로 줄이도록 했을 때 초과분에 대해 실제 매겨진 과징금은 수천만원씩의 '상징적' 수준에 머물렀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5%의 벌칙성 금리 부과는 결코 적은 부담이 아니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어려운 마당에 이런 벌칙성 금리를 감수해가면서 상호지보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재벌들은 어떻게든 상호지보 정리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법적으로 인정되는 이자의 손비 (損費) 인정 범위를 줄이는 대신 구조조정과 관련해 부동산 등 자산을 매각할 때는 특별부가세 등 각종 세금부담을 줄여주기로 한데서도 재계의 사정을 고려하려 노력한 점이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절충적인 개혁안으로도 재계에 미칠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상호지보를 해소하려면 ▶돈을 마련해 다 갚든가▶새로 담보나 보증을 세우든가▶은행에서 신용으로 바꿔 주든가▶은행 동의아래 합병으로 보증관계를 털어버려야 한다.

그러나 재계는 금융시장이 거의 마비되고 부동산.계열사를 내놓아도 살 사람이 없는데다 부실채권이 많은 은행들이 쉽게 이를 신용으로 돌려줄리 만무해 해법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결합재무제표의 조기 도입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결합재무제표가 작성되면 계열 판매회사에 대한 거래 등 중복 계산되던 부분이 빠지게 돼 외형과 이익이 줄 뿐 아니라 상호출자액도 자본에서 제외돼 재무구조가 더 나빠지게 된다.

실제로 K그룹이 회장 지시로 이를 시험작성한 결과 외형이 무려 45%나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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