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맞는 하시모토 일본총리…외교 '잘한편' 내정 '미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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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일본 총리가 11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는 96년 1월11일 전임 무라야마 도미이치 (村山富市) 총리로부터 이양받은 연립정권을 이끌어 왔다.

하시모토 총리의 치적에 대한 일본내 평가는 대체로 내정은 '미' , 외교는 '우' 쯤으로 매겨진다.

난제이던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 라인) 개정작업을 무난히 마무리지은데 이어 러시아와 오는 2000년 이전에 평화조약을 맺기로 합의한 점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말 북송 일본인처 귀향을 성사시키고 수교교섭 본회담 재개에 합의함으로써 북.일관계를 한걸음 진전시킨 것도 실적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일관계는 그의 재임중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양국 지도층간 신뢰 관계는 오히려 이전 정권때보다 후퇴한 감이 짙다.

이때문에 그는 쌍무적 한.일관계보다 4자회담.대북 (對北) 경수로 지원 문제 등 다자관계의 틀 속에서 주로 미국의 입장에 기대면서 자국 이익을 도모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의 내치 (內治)에 대한 평점이 '미' 또는 '양' 에 머무르는 것은 계속되는 경제위기에 똑 부러지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과 용두사미로 끝난 행정개혁 작업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그는 내각제하 총리로서 한계에다 변변한 당내 기반 없이 자신의 능력과 국민의 인기에만 의지하는 '외톨이 늑대' 형 정치인으로서의 약점이 겹쳐 개혁작업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을 물리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그러나 하시모토 정권은 적어도 오는 7월 참의원선거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내에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 외엔 총리직을 넘보는 인물이 없는데다 야당이 조각조각 분열된 덕분이다.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그의 롱런 여부가 걸려 있는 셈이다.

도쿄 = 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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