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처방 약효 의심…태국 사태악화 재협상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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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태국이 IMF와의 재협상에 나설 뜻을 굳히고 나서면서 국제사회가 IMF 구제금융의 효과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 IMF등이 한국의 외환위기라는 급한 불을 끄는데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동안 한국보다 한 발 앞서 금융지원을 받았던 태국.인도네시아의 통화가치가 폭락을 거듭하는 등 이들 국가의 사정이 오히려 설상가상으로 나빠지고 있다.

IMF는 지난 8월 태국에 1백72억달러 지원을 결정한 뒤 바트화가 달러당 32바트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현재 바트화는 달러당 54바트까지 폭락했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재협상설을 부인해 왔던 종전 입장을 바꾸었다.

타린 님마해민 재무장관을 오는 19일 워싱턴으로 파견,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과 IMF관계자들을 만나 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설명하고 IMF 지원조건과 관련된 재협상을 벌이도록 할 방침이다.

태국 정부는 IMF의 자금을 지원받는 대가로 금융개혁과 함께 국내총생산 (GDP) 의 1%에 해당하는 재정 흑자, 세수 증대 등을 IMF에 약속했다.

그뒤 전국 12개 지역에 있는 56개 금융기관을 대폭 정리하고 세금을 올리는 등 경제회생을 위한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바트화가 계속 폭락하고 실업자가 눈사태처럼 쏟아져 나오는 등 사태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5일 우여곡절 끝에 재협상을 결정했다.

해외 언론들은 태국이 통화위기사태를 맞기 전까지 10년간 매년 8%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IMF 지원조건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재협상 제기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태국 경제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실질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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