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지원 또하나의 벽 미국의회]채찍질 해야할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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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채찍질 해야할 로비 = 미 의회에 대한 우리측 평가.대응에 대해 의회 로비 경험이 많은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순진한 실무자급" 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경력관리가 우선이고 타국의 입장엔 별 관심이 없는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듣고 안심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워싱턴 본바닥 로비와는 하늘과 땅 차이인 '평상시 활동' 을 갖고 지금의 '비상 상황' 에 할일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의회 설득에 한국보다 미 행정부가 더 적극적이며, 미 의원들이 먼저 한국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단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의회에서 미 행정부의 입장이 곤란해지지 않도록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뿐더러 만일 의회 분위기가 악화되면 뉴욕에서의 금융협상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측 '설명 논리' 에 대해서도 워싱턴에서 활동중인 한 한국계 이코노미스트는 "초등학교 수준" 이라고 평한다.

프레드 버그스텐 등 미국 두뇌들이 되레 앞장서 "아시아 위기는 일본의 개혁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고 주장하고 뉴욕타임스 등의 논조도 그렇게 돌고 있는데 왜 우리가 '고급 논리' 를 개발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또 대만.일본이 요긴히 쓰고 있는 법률회사도 제대로 활용할 생각을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같은 고언 (苦言) 을 하면서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듣기보다 화내기가 일쑤인 우리측 태도 때문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워싱턴 = 김수길·길정우·이재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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