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통 분담하는 勞·使·政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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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하의 경제난국을 헤쳐 갈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노사정 (勞使政) 협의체 구성이 구체화하고 있다.

김대중 (金大中) 당선자는 이 협의체의 추진을 위한 대책위를 발족시키고 인선에 착수했다.

사회.경제적 위기나 갈등이 높아질 때 사회의 활동주체들이 모여 개별집단적 이익을 양보하고 공동체 전체를 위해 일정기간 협조하는 방식은 구미에서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

우리도 기업.근로자.정부 등 모든 부문이 집단의 이익만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대합의 도출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우리 상황은 노동계가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협의체의 활동에 회의적이어서 그 구성에서부터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우리의 처지는 사회 모든 부문이 역량을 총결집해야 난국 극복이 가능하며 이를 끌어낼 수 있느냐는 새 정부의 역량에 달렸다.

따라서 노사정 협의체의 원만한 합의도출은 金당선자 정치역량의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다.

정리해고 문제만 해도 金당선자가 IMF측에 이미 약속한 바 있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언했다.

金당선자는 타후보에 비해 근로자의 지지를 더 받았기 때문에 정리해고의 도입 추진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근로자 설득이 용이할 수도 있다.

이 협의체는 앞으로 정리해고뿐 아니라 기업의 구조조정.근로조건 등 이해가 첨예한 사안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이나 수혜로 접근해서는 설득력도 없고 합의도 끌어낼 수 없다.

가장 큰 원칙은 공동체를 다시 살리기 위해 모두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자세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계도 정리해고 문제는 토론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식으로 경직되게 나가서는 안된다.

어떤 문제든 일단은 이 자리에서 걸러낸다는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정리해고를 도입하게 될 경우 실업구제 등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도 아울러 갖춰야 할 것이다.

협의체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최상이나 이것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에도 대비한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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