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서 국내은행 인수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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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대리시험은 어떻게 준비하면 됩니까. " 씨티은행에는 최근 이런 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다름 아닌 씨티은행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시중은행 직원들로부터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은 '대리시험' 이 없다.

굳이 시험을 보지 않아도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외국 은행에 인수된 국내 은행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 급여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 외국계 은행의 보수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국내은행처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여.수신업무를 하고 있는 한 외국계 은행의 평균 급여수준은 국내은행보다 20%에서 최고 50%까지 적다. 임금인상률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국내 은행의 경우 호봉 승급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르는데다가 각종 수당을 신설해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됐다.

물론 탁월한 실적을 올린 임원들이나 외환딜러 등 성격상 전문성이 두드러지는 직원들은 파격적 성과급을 준다.

◇ 평균 연령이 젊어진다 = 외국계 은행은 영업이 잘 될수록 조기퇴직제 (Early Retirement Program) 를 실시해 왔다.

우리 식의 '명퇴' 와 다른 점은 대상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려해볼만큼 조건이 좋다는 것.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밀려난다' 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조기퇴직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젊고 창의적인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뒷짐지고 서서 근속연수로 권위를 세우려는 직원들은 사절 (謝絶) 이다.

◇ 여자 상사가 많아진다 = 능력만 있으면 여자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채용뿐 아니라 승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씨티은행의 경우 10명의 임원중 여자가 2명이다.

지점장과 선임 부장 모두 여자인 지점도 적지 않다.

여직원에게 차 심부름을 시키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남자 지점장이 직접 커피를 타 마시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 영어가 중요하다 (?) =임원이라면 모를까 영어가 서투르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어차피 국내인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토익 성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의 일은 없다.

씨티은행 육심강 지배인은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고 말했다.

◇ 휴가 인심은 후해진다 = 어차피 연.월차 수당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휴가 스케줄은 넉넉하게 짤 수 있다.

물론 휴일 수는 국내 은행과 마찬가지다.

공휴일 다음날 휴일을 붙여 연휴를 만드는 것도 '얌체' 로 보기보다는 '합리적' 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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