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힘내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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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호 12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자녀 교육론을 쓴 어느 어머니를 취재하다 들은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 일인데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무슨 목표를 가지고 아이들을 키웠나’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공부 열심히 해라, 남한테 손가락질 받을 짓은 하지 말아라 등 틈나는 대로 이르긴 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니 큰 그림을 그려 놓지 않은 채 그때그때 하는 잔소리에 불과했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김성희 기자의 BOOK KEY

사실 제대로 된 부모 노릇, 쉽지 않습니다. ‘돈 버는 기계’가 아니라 인생의 스승 구실을 하자면 더욱 그렇습니다. 자녀에게 전해 주고 싶은 삶의 지혜가 한두 자락 없는 부모가 있을까요? 그런데 교육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 내기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쑥스럽기도 하겠지요.

그럴 때 도움이 될 책이 있습니다. 행복 전도사로 불리는 송길원 목사가 쓴 『나를 딛고 세상을 향해 뛰어 올라라』(한국경제신문)입니다. 꿈과 성장, 도전과 좌절, 행복과 사랑 등으로 나눠 삶의 교훈을 정리했는데 종교색이 짙지도 않고, 보통 아버지가 자녀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책을 읽다가 우습기도 하면서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 전에 자신의 태도를 먼저 바꿔라’란 가르침에서 『샤무』란 책을 인용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책은 원래 동물 조련사들이 돌고래와 코끼리를 조련하는 걸 보고 이를 남편에게 적용해 본 경험을 담은 거랍니다. ‘남편 길들이기가 아무리 힘들다 해도 물개가 공을 가지고 재주를 부리게 하는 것보다 쉽지 않을까’란 점에서 착안했다는데, 송 목사는 이를 누구에게나 필요한 교훈으로 정리해 놓았더군요. 이른바 조련법의 원리입니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놓치지 마라(속상해 할 일이 줄어든다)’ ‘조련사는 동물의 행동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본원리를 사용하지만 그 원리로 다 똑같이 조련할 수는 없다(누구에게나 통하는 방법은 없다)’. 어떻습니까. 알면서도 평소엔 잊고 있던 것 아닌가요. 잔소리가 아니라 칭찬의 기술을 활용하고, 가장 쉬운 동작부터 가르치며, 하던 것을 막기보다 새로운 것을 가르치며 한 템포 늦출 줄 알아야 한다는 ‘원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이 자녀를 위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대변한다면『아버지의 날개』(정우택 지음, 휴먼드림)는 세상의 모든 중년 아버지를 위한 책입니다. 아내를 위한 사랑의 노래, 빈손의 경제학, 중년의 자녀 교육 등으로 나눠 짤막한 이야기·생각거리가 그득합니다. 그중 ‘나를 사랑하자’ 편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내 자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 주겠느냐며 사랑할 거리를 짚어 줍니다.

우선 ‘마음’을 사랑하랍니다. 비록 눈치를 살피는 일이 있지만 아내를 위해, 자녀를 위해 살려고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귀하냐고 묻네요. 머리가 희어지고 빠져도, 눈이 침침해도 ‘나의 것’으로 나를 지켜주기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도 사랑할 만하답니다. 또 오늘의 삶이 불만스럽고 내일이 걱정되더라도, 돈에 쪼들리더라도 ‘삶의 모습’을 사랑하라네요. 그러고 보니 크게 이뤄 놓은 건 없지만 사랑할 것이 넘치더군요. 이 정도만 알아채면 기운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고려대 초빙교수를 거쳐 출판을 맡고 있다. 무슨 일이든 책을 통해 해결하려는 나쁜 버릇이 있다. 『맛있는 책읽기』 등 3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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