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비자금, 조석래 회장쪽으로 흘러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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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오수)는 효성 건설부문이 조성한 비자금의 일부가 조석래(74) 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간 단서를 확보했다고 한겨레신문이 24일 보도했다.

검찰은 효성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모두 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조 회장 쪽으로 돈이 건너가는 과정에 개입한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조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다. 효성그룹 수사는 그동안 조석래 회장의 조카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라는 점 때문에 검찰 안팎의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효성 건설부문이 2005년에 조성한 비자금 20억원의 사용 명세가 담긴 장부를 확보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5억원이 조 회장 일가의 집수리 등에 사용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10억원이 효성그룹 계열의 학교법인으로 흘러간 사실도 확인했으며 지난 22일 이 학교법인의 안아무개 상임이사를 소환해 이 돈이 조 회장 쪽으로 건너갔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효성그룹이 1998년부터 건설부문의 인건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계좌추적 등을 통해 6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그룹 전체의 비자금 규모는 모두 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효성그룹 쪽은 검찰 조사에서 “일부 자금이 회계처리 없이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됐다”며 조 회장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6일 구속영장을 기각한 효성 건설부문의 송모(64) 고문과 안모(61) 상무에 대해 그룹 비자금과 조 회장의 관련성 입증을 위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한편 24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로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로 지난달 검찰 조사를 받은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투자금 4억여원이 나에겐 그렇게 큰돈이 아니다"고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은 지난 2007년 2~3월 코스닥 상장사인 엔디코프 주식 4억6000만원 상당을 대량 매집해 1억10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당시 엔디코프 대주주는 김영집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여서 조씨가 다른 재벌가 자녀들과 함께 미공개 정보를 미리 제공받아 주식을 매집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씨는 지난 3월 검찰 조사에서 "왜 '엔디코프' 같은 작은 회사에 4억여원이라는 큰돈을 투자했느냐"는 질문에 "죄송하지만 저한테는 별로 큰돈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조씨 가족은 투자자금 400억원을 투자운용사를 통해 운용 중이었고 조씨 가족이 엔디코프에 투자한 금액은 7억원 정도로 전체 금액의 1.8%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씨가 김씨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았다는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조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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