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신춘문예]평론 심사평…비평의 새로운 가능성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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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응모작 가운데 '사랑, 그 아름다운 긴장의 형식 - 이성복론' (이장욱) , '두 가지 죽음의 풍경 넘어서기 - 유하론' (이민성) , '황동규 시집 '풍장' 의 존재론적 죽음 읽기' (임창주) , '떠남 혹은 열림과 관여의 정신 - 윤대녕 소설의 의식구조' (김명준) , '질주하는 양철북의 후예들, 그 우울한 풍속화 - 배수아의 작품세계' (김미영) 를 최종 후보작으로 올려 놓았다.

당대 문학의 특징적인 징후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자기 견해를 논리화하는 비평적 방법이 모두 뛰어난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임창주씨의 글과 김명준씨의 글이 먼저 논의에서 제외되었다.

연작시 '풍장' 의 의미구조를 분석하고 있는 임창주씨의 글은 대상이 되고 있는 작품의 장르적 특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김명준씨의 글은 작품 분석과 해석 자체가 평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인 이성복의 시 세계를 전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이장욱씨의 글은 문장이 매우 안정감이 있다.

그러나 한두 작품을 통해 전체를 논하고자 하는 의욕이 지나쳐서 오히려 논리적인 비약이 심하다는 느낌도 주고 있다.

시 비평에서 흔히 빠져드는 해석의 자의성도 드러나고 있다.

시인 유하의 작품세계를 논하고 있는 이민성씨의 글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신인 비평가로서의 패기도 만만치 않다.

후기 산업시대를 거치면서 드러나고 있는 우리사회의 물신화 경향을 시를 통해 읽어내는 방식도 도전적이다.

그러나 문장이 거칠다.

문장이 거칠다는 것은 수사적인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논리 자체의 문제이다.

김미영씨의 글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관점의 문제이며, 둘째는 형식의 문제이다.

우리 소설이 드러내고 있는 현상과 거기에 반응하고 있는 비평계의 상이한 관점들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으로 시작하고 있는 이 글은 중간적 입장이 지니는 관점의 자유로움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설의 리얼리티와 모더니티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석하면서 신세대의 우울한 자화상을 확인하고 있는 이 글은 우리시대 비평의 논리와 형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글에 드러나 있는 진지한 비평적 자세가 심사위원들을 더욱 안심시켰다는 점을 지적해 두기로 한다.

건투를 빈다.

〈심사위원 : 홍기삼.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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