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꿈의 터널을 벗어난 듯 하다.
당선의 기쁨을 알리는 소식은 내게 온종일 환호성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내가 나를 만나는 방법에 익숙해질 수 있겠는가.
떠돌이의 별은 산맥을 날아와 현관문을 두드리듯 평화롭게 서 있다.
아직도 우리의 세상은 어둠을 벗어나지 못한 시각이다.
겨울들판 곳곳으로 막 지상을 떠나는 어둠을 쓸며 그들이 비어가는 자리로 연기처럼 온기가 솟아오르는 것을 본다.
작은 빛 한 방울을 만들기 위해 어둠은 얼마나 목마르게 들판을 적셔왔던가.
그 속에 풀씨 하나 따뜻하게 품고 흰눈과 폭풍을 견뎌왔으리라. 그런 날엔 더욱 침묵하며 새벽 산을 바라본다.
멀리 하늘로부터 산과의 경계를 허물며 온 계곡을 감싸안듯 흘러내리는 구름빛, 안개빛. 우리 희망도 이젠 고요히 숨을 쉬기 시작한다.
촉촉히 눈동자를 닦던 소나무 가지위로 깨끗하게 휘파람 한 점 걸쳐져 있고 심장 소리조차 적막하게 풀잎을 비껴 고동치는 그런 산의 오랜 흔들림을 본다.
불면의 창을 밝히고 또 한 장의 일상을 아프게 접는 오늘. 눈 감으면 새로운 방향의 나침반이 다시 나를 깨우는 생명의 숲에 이르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른다.
내삶이 버티어 낼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영혼의 자유로움으로 산을 깊이 오르리라. 언제나 큰 힘으로 어깨를 맞대어주는 사랑스런 가족과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지금 딛는 첫 발자국,가슴을 빛 밝히는 낙관으로 눌러 찍을 것이다.
◇ 엄미경
▶1964년 강원도 영월 출생
▶제천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