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둔 관가 '너무 조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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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방선거를 4개월남짓 남겨놓은 연말 지방관가가 얼어붙은듯 조용하다.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이맘때면 하루 두서너곳 망년회에 얼굴을 내미느라 종종걸음을 치고 다녔던 단체장들의 모습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고, 매년 수천장씩 보내던 연하장 우송을 아예 취소해버린 단체장들도 많다.

사회복지시설 방문등 선거를 겨냥한 각종 선심성 방문도 대폭 줄었다.

주례나 상가방문도 삼가고, 심지어 신정연휴 기간에도 대부분 단체장들이 집에서 칩거할 계획들을 짜놓고 있다.

11월8일부터 기부행위가 제한돼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데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설치고 다녔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대평 (沈大平) 충남지사의 경우 지난해 12월에는 한달동안 8차례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했지만 올해엔 단 1회로 줄였다.

직접 참석해오던 외부행사도 부지사에 맡기고 주로 청사내에 머물며 업무에만 전념하고 있다.

문희갑 (文熹甲) 대구시장도 작년 이때쯤에는 하루 5~6차례씩 각종 단체.기관행사와 세미나등에 참석하느라 바빴지만 올해는 2~3건으로 대폭 줄였다.

또 하루 한두 건씩 얼굴을 내밀었던 망년회도 올해는 26일 딱 한 차례 상공인 송년회에 다녀왔을 뿐이다.

비서실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자정전에 퇴근한 적이 없었지만 요즘은 근무시간만 끝나면 들르는 곳없이 곧바로 퇴근한다" 고 전했다.

신구범 (愼久範) 제주지사가 지난해 발송한 연하장은 모두 2천여통. 하지만 올해는 일찌감치 연하장을 보내온 1백50여명에게만 답례장을 보내고 나머지는 모두 취소했다.

이밖에 지역특성상 연말이면 군.경찰 방문이 주요 일과였던 최각규 (崔珏圭) 강원지사가 올해 방문횟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양상렬 (梁尙烈) 전주시장도 복지시설 방문을 대폭 축소하는등 자숙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지방관가의 이같은 분위기는 지방선거 연기론이 나올 정도로 사회분위기가 뒤숭숭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본선거보다 공천을 따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우세한 것도 주요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제2기 지자체 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백34명 (시장 71명.군수 94명.구청장 69명) , 광역의원 9백72명 (비례 포함) , 기초의원 4천5백41명을 동시에 뽑게된다.

강진권.서형식.이찬호.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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