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연내도입 왜 무산됐나…노동계 반발에 일단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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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은 29일 국회 재경위에서 '절반의 소득' 을 얻는데 그쳤다.

금융감독기구 설치에 관한 법은 당초 의지대로 관철한 반면 금융산업에 대한 정리해고 연내 도입방침을 입법화하는데는 실패했다.

원인은 안과 밖 모두에 있었다.

지난 26일 금융산업에 대한 정리해고 인정방침을 내놓은 뒤 金당선자측은 경제비상대책위가 중심이 돼 대대적인 노동계 설득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계의 반발이 계속되자 金당선자측은 29일 당초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다.

한나라당.국민회의.자민련 등 3당 정책위의장 회담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金당선자측은 정리해고 인정대상을 극히 제한하는 새 방안을 내놓았다.

정리해고 인정범위를 '영업정지중인 금융기관이나 정부 출자가 불가피한 은행' 으로 정한 것. 인수.합병설이 나도는 시중은행과 일부 종금사, 그리고 부도증권사 등을 겨냥한 것이었다.

뒤이어 열린 경제비상대책위 당측 위원 회의에서도 이 방침은 재확인됐다.

대신 전 산업에 대한 정리해고 인정여부는 내년 1월초에 구성될 노.사.정 협의체에서 포괄적으로 논의해 결정키로 했다.

金당선자측이 금융산업의 정리해고 도입에 미련을 둔 이유는 불안한 외환위기 때문이었다.

김원길 (金元吉) 위원 등은 "1백억달러 조기지원으로 외환위기가 일시 해소됐지만 외환위기의 완전해소를 위해선 외국자본의 유입이 시급히 가시화돼야 한다" 고 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면 인수.합병시 고용승계 부담을 떨어줘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막상 재경위가 열리자 금융감독기구 설치법만 이슈가 됐을 뿐 정리해고 인정부분은 논의대상에서 제외됐다.

오후 늦게 논의가 시작됐지만 이번엔 한나라당측의 반발이 거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초 소위의 논의대상도 아니었다" 며 반박했다.

정리해고 부분은 올1월 노동법 통과 뒤 야당의 반발로 2년간 유예조항을 뒀던 만큼 이 조항의 삭제 또는 수정은 환경노동위에서 다뤄야 한다는 법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또 법 개정안을 내려면 3일전에 관련 상임위에 법안이 제출돼야 한다는 문제점도 나왔다.

한나라당의 반발에는 '총대' 를 멜 수 없다는 반발감도 작용했다.

일부 의원은 "노동계에 욕먹을 정리해고제 도입을 환경노동위가 아닌 재경위에서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 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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