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원 발표이후…일본 금융기관들 '속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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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의 금융기관들이 한국 지원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도쿄미쓰비시 등 일본의 10개 주요 은행들은 지난 26일 한국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내심으로는 현재 투자위험이 큰 한국에 대한 채권을 가능한한 회수하고 싶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5일 일 정부 당국은 금융기관들에 한국에 대한 대출회수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일 금융기관들은 대장성과 일본은행이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한국 지원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입장일 뿐 자신들은 지금 한국 지원에 나설 형편이 아니라는 불평이다.

현재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면서 막대한 부실채권을 안고 비틀거리는 일 금융기관들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판에 한국 지원에 나설 입장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일 금융기관들은 최근 닛케이 주가지수가 15, 000엔대를 밑도는 등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보유주식의 막대한 평가손이 우려되는 등 자신들의 영업환경도 좋지않은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은 이와 관련해 한 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 “26일 금융기관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도 대장성의 요구에 밀려 마지못해 급하게 작성된 것” 이라고 28일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의 10개 주요 은행은 이제 공동성명까지 발표한 마당에 한국 지원이 마땅치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성명을 발표한 10대 은행은 29일 합동회의를 열고 한국이 요구하는 기한연장 조건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 협의내용을 토대로 한국에 대한 대출이 있는 미국.유럽의 주요 은행 및 한국측과 교섭해 빠르면 연내 구체적인 조건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아사히 (朝日) 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일본 은행들이 한국에 빌려준 융자금 잔액은 96년말 현재 2백43억달러인데 최근 한국의 외환위기가 심해지면서 이중 올들어 90억달러 가량이 회수됐다.

일 금융기관들은 "태국의 경우 일본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지만 한국에는 일본 기업 진출이 거의 없어 사정이 다르다" 며 한국 지원에 있어 여전히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일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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