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난으로 이달수입 22% 격감…무역수지 '불안한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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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은행의 수출입 업무가 마비되다시피한 상황에서도 이달 무역수지가 월중 사상최대치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는 수출의 건실한 성장세 보다는 외화난에 따른 수입 격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수출 외형마저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어 불안하기 짝이 없는 흑자구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네고중단에 따른 수출업체의 자금난이 극에 달하고 있고 원자재도 바닥나고 있어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내년 1월에는 수출기반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수출입실적을 근거로 월간 수출입 규모를 추산한 결과 수출은 1백2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3.3% 늘어나는 반면 수입은 1백5억달러로 22.2%나 줄어 월간 무역수지가 21억달러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같은 월중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종전 최대치인 88년 12월의 15억달러를 능가하는 사상최대치다.

이에 따라 올해 연간 무역수지도 82억달러 적자에 그쳐 정부가 연초에 예상한 1백40억달러 적자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달 수출예상증가율 3.3%는 올들어 11월까지 월간 평균치 5.6%에 훨씬 미달하는 것이어서 수출입 금융업무 중단의 여파가 서서히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의 경우 소비재와 외상물량이 많은 원자재가 특히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신동오 (辛東午) 통산부 무역정책심의관은 "수출업체들이 네고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장은 통관을 시키고 있으나 은행쪽 사정이 풀리지 않으면 곧 이마저 한계에 도달할 듯" 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내달부터는 자금난에 따른 업계의 연쇄도산과 외국바이어 이탈, 그리고 수출용 원자재 부족에 따른 생산중단등이 우려된다" 면서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 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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