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추가합의]기업정리…도산관련 3개 법률안, 부실기업 처리 쉽게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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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IMF가 파산법 등 국내 기업퇴출 (退出) 제도의 전면정비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현행제도가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해 주는 쪽에 치우쳐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의 결과로 풀이된다.

회생 가능성이 작은 부실기업도 화의나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법원에 의해 대부분 수용되고 이로 인해 채권.채무가 10년 이상 묶여 금융기관까지 부실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 게다가 화의의 경우 채권.채무 동결이라는 엄청난 '특혜' 가 주어지는데도 대주주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전혀 지지 않도록 돼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건에 불과했던 화의신청 건수가 올 들어 10월말까지만 31건에 달한 것도 국내기업들이 화의제도를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IMF의 시각이다.

여기에는 국내 기업.금융기관에 대한 외국인의 인수.합병 (M&A) 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 기업도산 관련제도를 정비해 놓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한편으로는 부실기업이 화의나 법정관리를 통해 파산이나 M&A를 피해 갈 수 없도록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이 국내은행 등을 인수할 경우 무분별한 화의.법정관리로 채권이 묶이지 않도록 하자는 것. 정부는 이에 따라 파산법.화의법.회사정리법 등 현행 기업도산 관련 3개 법률을 통합해 내년 3월까지 단일법안으로 만들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법원이나 별도기관이 파산.화의.법정관리 가운데 회사 장래를 위해 가장 바람직한 제도를 직권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대신 화의.법정관리를 적용받는 기업의 기존주주에 대한 불이익조항을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또 화의는 법 취지대로 주로 중소기업이나 채권자가 많지 않은 기업으로 적용범위가 좁혀지고 법정관리는 승인요건이 지금보다 훨씬 까다롭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의.법정관리에 적용되는 채권.채무 동결기간도 단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초 정부는 3개 법률 통합안을 내년 9월 정기국회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대폭 앞당기기로 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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