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육 대법판결은 잘못"…30대 판사 국가무책임론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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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직 판사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의 손해는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책임이 없다' 는 대법원 판결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 화제다.

수원지법 소속 강동필 (康東弼.33.사시 29회) 판사는 월간지 '법조 (法曹)' 12월호 '삼청교육과 관련한 대통령 담화의 법률적 성격' 이란 논문에서 "신의칙의 원칙 등을 감안할 때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일" 이라고 주장했다.

康판사는▶현실적으로 소송제기가 불가능했던 점▶88년 대통령 담화가 사실상 '배상선언' 의 성격을 갖는 점▶대통령 담화를 법률상 '무효' 로 본 것은 신의칙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국가가 배상책임을 지는 것이 사회통념상 옳다는 논리다.

康판사는 노태우 (盧泰愚) 전 대통령이 88년 시국관련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삼청교육과 관련한 피해자들에게 무조건 피해보상을 해주겠다" 며 구체적 약속을 표명한 만큼 소멸시효 기산은 그 시점으로 계산해야 하며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효력이 없다는 것은 대법원이 법 조항을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새로운 국가 채무를 부담하기 위해 국무회의 의결이 필수적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종전 채무가 유지되는 것일 뿐" 이라고 반박했다.

康판사는 이어 "사건의 특수성에 비춰볼 때 이 사건에 대한 배상은 피해구제란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 공권력에 대한 '경고' 의미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고 끝맺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5년 "대통령의 담화는 단순히 정치적인 시정방침에 해당돼 정식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법률상 인정할 수 없다" 고 판결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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