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통지 예고한 ‘중대 사안’ 뭘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이 21일 남북 당국 간 접촉을 제의하면서 ‘중대 사안 통지’를 예고했다. 중대 사안의 내용에 따라 남북관계에서 반전의 불씨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극단적 대치를 예고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더 우세하다.

북한은 지난 16일 보낸 통지문에서 의제를 ‘개성공단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했다. 접촉 대상에 ‘개성공단과 관련된 남측 당국자’를 포함시켰으며, 접촉 장소도 개성으로 명시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억류 중인 개성공단 내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조사 결과를 통보하며 ‘중대 범죄’로 주장하고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씨 ‘사법 처리’ 문제를 대남 위협 카드로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접촉을 제의한 16일은 정부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발표(19일)가 예고됐던 시점이다. 18일엔 인민군 총참모부가 “PSI 참여는 선전포고’”라고 위협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개성공단 존폐 카드를 PSI 참여를 막는 수단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유씨 처리 문제를 꺼낸 뒤 이어 PSI 참여 대목을 건드리며 이를 개성공단 운영과 연관시켜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연된 ‘서울 불바다’위협=“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50㎞ 안팎에 있다”는 북한군 총참모부의 위협은 1994년 ‘불바다’ 발언을 연상시킨다. 당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사찰 촉구 ‘의장 성명’이 나왔던 때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대해 남한을 볼모로 삼는 전술을 쓰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