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쓴 카드결제 비상…1달러=900원대서 한달새 2배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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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1일 카드대금 고지서를 받은 회사원 禹모 (28.서울강북구수유동) 씨는 깜짝 놀랐다.

지난달 사이판으로 3박4일동안 다녀온 신혼여행에서 식사.쇼핑 등을 하며 신용카드로 결제한 대금 1백만원이 80% 이상 늘어난 1백80여만원으로 청구됐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2배나 되는 금액에 놀라 급히 자신이 거래하는 S카드회사에 문의해본 禹씨는 "외환사태로 달러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 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서울강남구대치동 趙모 (30.회사원)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趙씨는 지난달 15일부터 4박5일동안 출장차 다녀온 태국여행에서 가족선물 등을 사며 쓴 비용 50여만원을 자신의 B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이후 환율이 폭등하자 걱정이 된 趙씨는 청구서가 나오기 전 카드회사에 연락해본 결과 75만원으로 청구된 것을 알게 됐다.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하자 해외에서 카드로 지불한 대금의 액수가 갑자기 늘어나 청구되면서 카드이용자에게 비상이 걸렸다.

이같이 지불 당시의 금액과 청구액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환율적용 시점이 물건이나 서비스 요금을 치르는 때가 아니라 점포.호텔측이 카드회사에 대금을 청구한 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1달러에 9백원대이던 지난달 15일 미국에서 1백만원짜리 진주목걸이를 카드로 산 뒤 가게에서 환율이 1천8백90원까지 오른 12일 카드회사에 대금을 청구했다면 결국 두배로 늘어난 2백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각 카드회사에는 환율폭등 직전인 지난달 초.중순 무렵 해외를 다녀온 여행객들의 문의.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S카드사 고객담당 陳영숙 (28.여) 씨는 "평소에는 환율과 관련된 문의전화가 전혀 없었으나 이달초부터는 하루에 1백여통 이상 걸려온다" 고 말했다.

신한비자카드의 경우 지난달 거래액중 해외결제 금액이 4백여만달러로 전체의 약 7%를 차지하는등 이같은 신용카드 '환차손' 피해자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재국·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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