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소야대'의 시험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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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선후 첫 국회가 오늘부터 열린다.

새 당선자가 취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여당이라 할 수 없으나 사실상 여야가 뒤바뀐 후 처음 열리는 국회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연합은 했으나 국회의석은 과반수에 훨씬 미달해 여소야대 (與小野大) 의 국회가 됐다.

의석분포의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 국회는 여소야대로 운영될 수밖에 없으며 이번 국회는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대선 이전에 소집에 합의를 보았고 처리안건도 미리 정해져 있었다.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나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과 관련된 금융개혁법.실명제 보완 등 경제현안을 다루게 돼 있어 법안처리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국민회의도 집권세력으로서의 책임을 느끼게 됐고, 한나라당도 다수당으로서의 공동책임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87년 대선 이후 여소야대 국회를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민정당은 비록 대통령당이긴 했으나 국회에서 소수당이어서 대법관 임명동의안조차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3당통합이라는 정계개편에 의해 이러한 구조를 탈피할 수 있었다.

이번의 경우 의석분포상 그때보다 훨씬 더 어렵게 돼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처지는 87년 당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위기일수록 모든 정책이 신속히 결정되고 발빠르게 집행돼야 하는데 행정부와 국회로 나뉘어 힘겨루기를 한다면 나라는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때문에 어느 때보다 여야간 대화와 협력이 정말로 필요한 시기다.

다수당이라 해 정부가 낸 안건에 대해 무조건 뒷다리를 잡아서는 안되고 행정부나 여당 역시 다수당을 옛날의 소수야당으로 생각해 무시한다면 국정이 한발짝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국민회의는 과반수를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무리수를 쓰지 말기를 바란다.

나라가 위태로운데 정치권이 의석수 싸움으로 이리저리 몰려다닌다면 더욱 큰 혼란만 초래한다.

미국과 같이 대통령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르다 해도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국정을 안정시키는 예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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