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속 선언한 이회창…여러계파 묶어줄 구심점 자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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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9일 참모들에게까지 눈물을 보였던 이회창 한나라당후보는 예상을 뒤엎고 '정치계속' 을 천명했다.

명예총재로서 당내 정치뿐만 아니라 유력했던 대선후보로서 정국운영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다.

사실 李후보의 주변에선 선거 전부터 그가 낙선한다면 결단과 방향설정에 강한 성격으로 미루어 그가 표표히 정계를 떠날지 모른다는 관측이 부분적으로 있어 왔다.

그런데 그는 선거 바로 다음날 이를 일축하고 구두끈을 다시 죄어맨 것이다.

측근의원들은 이같은 결정이 대선의 의미나 당내 사정에 비춰 상당한 명분과 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상목 (徐相穆) 기획본부장은 "당이 위기를 맞아 거의 '유이 (有二)' 하게 대중적 기반을 갖고 있는 李후보 - 조순 (趙淳) 체제의 축이 무너진다면 당은 더욱 흔들릴 것" 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측근의원은 "김대중당선자 정권을 적절히 견제하기 위해서도 李 - 趙 연합체제가 필수적" 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에는 李 - 趙세력, 민정계의 다수파인 김윤환 (金潤煥) 고문계와 소수파인 이한동 (李漢東) 대표그룹, 김덕룡 (金德龍) 선대위원장 세력, PK를 중심으로 한 민주계, 이기택 (李基澤) 선대위의장의 민주당계 등이 섞여 있다.

향후 당권에 관해 다른 계보들의 의사는 아직 표명된 게 없다.

이회창후보 진영에서는 李 - 趙체제에 반대할 움직임은 당분간 별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위원회를 이끌었던 최병렬 (崔秉烈) 선대위원장은 "李후보는 정치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현 상황에선 그가 구심점이 돼주는 게 당에 중요한 도움이 된다" 고 피력했다.

李 - 趙체제의 견고성은 상당부분 趙총재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같다.

그는 총재이고 李후보는 명예총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李후보의 한 측근은 "趙총재가 위상과 상관없이 중요한 사안에서 李후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李후보가 '정치계속' 의 결심을 내린 데는 본인의 심경도 많이 작용한 것같다.

그는 후보교체론의 파고 (波高)가 높을 때 가족.친척들에게 "나는 정치인으로서 일생을 마감할 것" 이라고 선언했었다.

한번 정치에 발을 들인 이상 흐지부지 끝내지 않으리란 사실을 그는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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