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인수·인계 미묘한 입장차…김대중·김종필·박태준관계 전망(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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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로 출범할 정권은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부' 다.

이는 두 정당간의 정치적 협약형태로 국민에게 공표됐다.

이에 따라 협약의 두 당사자인 김대중 당선자와 김종필 명예총재간의 관계설정이 주목된다.

여기에 金당선자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합류한 박태준 자민련총재와의 'DJT 황금트리오' 가 새로운 권력구도의 축을 형성할 것같다.

자민련은 '색깔론 시비차단' '충청권 몰표' 및 '영남권 선방' 으로 金당선자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회의의 이종찬부총재도 "DJP 후보단일화는 '준비된 대통령론' 과 함께 선거승리의 양대 전략 축" 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의 얘기다.

3인의 관계가 앞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그야말로 '황금' 이 될지, 최고 권력자들 사이의 반목과 갈등으로 위기극복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돌덩어리' 가 될 지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세 사람은 현재 입을 맞춘듯 오해의 여지가 있는 말을 일절 삼가고 있다.

金당선자는 1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민련과 합의해 천하의 인재를 구해 거국비상경제 내각을 만들겠다" "양당간의 합의는 성실히 이행할 것임을 밝힌다" 고 역설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랬다.

자민련의 김종필 명예총재는 말마디마다 극존칭을 써가며 "김대중대통령을 모시고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자" 며 '모실 뜻' 을 분명히 했다.

또 다른 자리에서 공동정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공동정부가 아니라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다른 상념이 끼어들면 안된다" 고 강조했다.

내각제 질문엔 "무슨 소리하고 있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라며 아예 말도 못꺼내게 했다.

경제문제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공동정부니, 50:50의 각료지분 동등권이니, 내각제니 하는 소리가 아예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게 이 3인의 입장인 듯하다.

양당의 협약문엔 '자민련측이 공동정부의 총리를 맡도록' 돼있다.

사실상 김종필 명예총재가 국무총리를 하는 게 이의없이 합의된 사안이다.

박태준총재는 양당의 비상경제대책위 위원장으로 차기 정부에서 경제관련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최고위직을 모두 차지할 경우 인사의 병목요인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구국을 위한 3인의 우정' 이 흔들릴 것 같은 단서는 아직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조화하고 끌어가는 최종 책임은 결국 金당선자의 몫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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