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분수맞게 씁시다" 광주동구청 직원들 303장 자진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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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선진국의 비아냥을 받을 만큼 실제로 국민들의 과소비 풍조가 심한 것이 사실 아닙니까.” 광주시 동구청 직원 김광수 (金光秀.29.총무과) 씨는 17일 자신이 사용해온 신용카드 3장을 과감히 가위로 잘라 폐기했다.

국제통화기금 (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만큼 어려워진 국가 경제난을 극복하는데 공직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용카드를 없애버린 것이다.

金씨를 비롯한 동구청 전체 직원들은 최근 2층 상황실에 모여 신용카드 3백3장을 수거해 폐기하고 카드사용 자제운동을 결의했다.

또 동구청 관내 22개 동사무소도 직원들이 자진해 내놓은 신용카드 2백65장을 폐기처분하고 '허리띠 졸라매기' 에 앞장서기로 했다.

이에 앞서 구청측이 실.과별로 파악한 카드소지 실태에 따르면 한 사람이 무려 7장을 소지한 경우도 있는 등 직원 대부분이 카드를 2장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시민과 마찬가지로 공무원들도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분수에 맞지않은 소비생활을 해왔다는 증거다.

구청은 앞으로 틈틈이 근무시간과 각종 구내모임을 통해 "신용카드 사용은 곧 외상이며 가정경제 악화요인" 이라는 교육을 하고 민원인에게도 카드사용 자제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동구청 박종철 (朴鍾澈) 청장은 "경제난 극복을 위한 근검절약운동에 공직자가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 며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광주 =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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