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이상훈을 보내는 세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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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국내 최고의 왼손투수 이상훈 (27) .LG에서는 하나뿐인 선발급 왼손투수이자 그를 빼놓고는 팀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큰 투수다.

그런데도 LG는 이상훈을 떠나보낸다.

왜?

▶LG프런트는 발이 빠르고 공격적이다.

LG는 국내 프로야구 구단 가운데 가장 '깨어있는' 프런트라고 자부해왔다.

이번 결정도 마찬가지다.

구단이 승리와 우승을 위해 맹목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어떤 결정이 구단에 더 이익이 될 것인가를 생각한 조치다.

'승리' 보다 '실익' 을 챙기자는 것이다.

▶이상훈은 과대포장돼 있다?

적어도 LG프런트의 생각은 그렇다.

그의 이름 앞에 아무리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고 20승과 최다 세이브포인트 (47) 기록을 세웠다고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 이상훈이 보여준 것은 미약했다는 평가다.

95년 20승 한 뒤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못했고, 올해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고비 때마다 마무리에 실패했다.

쉽게 말하면 2백50만달러짜리가 아니라는 것. 2년에 그정도 액수라면 LG가 '남는 장사' 라는 판단이다.

▶내년은 안식년?

이상훈은 95년 20승을 올리고 96년 3승3패10세이브에 그쳤다.

투구이닝도 2백28.1이닝에서 99.1이닝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는 올해 47세이브포인트로 구원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무려 57게임에 등판, 지쳐있는 상태다.

게다가 해외진출 실패의 상실감까지 겹친다면 내년에 활약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 2년임대라면 OK라는 판단의 이면에는 내년은 '안식년' 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명분도 챙길 수 있다.

“팀 공헌도가 높을 경우 충분히 해외진출을 허락한다” 는 메시지를 임선동 (24) 을 비롯한 주요 선수들에게 던져주는 것이다.

스타급 선수들의 적극적 참여와 구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LG는 17일 보스턴측에서 임대료 2백50만달러, 보너스 포함해 연봉 1백30만달러씩 2년이라는 조건을 보내옴에 따라 이를 검토한 뒤 이상훈의 미국진출을 공식발표할 계획이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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