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선물 많이 받을수록 부담 생겨 주고 받을 때 좀 더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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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설득 심리학의 대가라 불리는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에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사람은 타인이 베푼 호의를 그대로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는 의미다. 이 ‘상호성의 법칙’은 거의 모든 문화에서 발견되는데 이러한 ‘보은(報恩) 정신’은 어떤 생명체에게도 없는 인간 사회의 독특한 산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 간에 상호성의 원칙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선물은 받은 사람을 일종의 빚진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상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도 선물을 준 사람에게는 승낙을 하기가 쉽다. 경제인들이 정치가들에게 선물의 힘을 빌려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17대 대통령이었던 앤드루 존슨(1808~75)은 대통령에 오르기 전부터 수십 년 동안 상·하원에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크고 작은 선물을 베풀었다. 그가 대통령에 올라 여러 법을 제안하면 처음에는 거세게 반대하던 의원들이 막상 표 대결을 할 때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투표를 하곤 했다. 존슨 대통령의 정치적 능력보다는 그에게 받은 선물에 대한 빚갚음이었던 셈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선물로 시끄럽다. 미국 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1917~63)는 “많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그만큼 요구되는 것도 많다”고 했다. 어떤 선물이건 되돌려줘야 할 것이 분명하기에 받을 때도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김기영(서울 명덕외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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