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받은 사람을 일종의 빚진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상태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도 선물을 준 사람에게는 승낙을 하기가 쉽다. 경제인들이 정치가들에게 선물의 힘을 빌려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17대 대통령이었던 앤드루 존슨(1808~75)은 대통령에 오르기 전부터 수십 년 동안 상·하원에 있는 동료 의원들에게 크고 작은 선물을 베풀었다. 그가 대통령에 올라 여러 법을 제안하면 처음에는 거세게 반대하던 의원들이 막상 표 대결을 할 때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투표를 하곤 했다. 존슨 대통령의 정치적 능력보다는 그에게 받은 선물에 대한 빚갚음이었던 셈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선물로 시끄럽다. 미국 35대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1917~63)는 “많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그만큼 요구되는 것도 많다”고 했다. 어떤 선물이건 되돌려줘야 할 것이 분명하기에 받을 때도 더욱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김기영(서울 명덕외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