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해외 건설현장 찾는 구직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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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기불황때문에 건축현장에도 찬바람이 불어닥쳐 일자리를 구할 수가 있어야죠, 별 수 없이 해외건설 현장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광주지방노동청을 찾은 李모 (39.광주시북구우산동) 씨는 "이왕이면 해외나가서 돈을 벌고 싶어 구직신청서를 제출했다" 고 말했다.

李씨는 자신이 다니던 아파트 건설업체가 부도나 2년여동안 '날품팔이' 로 생활해왔으나 일자리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자 아예 해외 건설현장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李씨처럼 국내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까지 겹치면서 감원태풍이 몰아치자 해외 건설현장을 찾는 구직붐이 재현되고 있다.

15일 광주지방노동청은 지금까지 해외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구직신청서를 제출한 실직자는 모두 90여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특히 대부분 구직자가 국내 그룹과 중소업체가 연쇄적으로 문을 닫은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앞으로 이같은 해외구직 신청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들 해외 구직자가 희망하는 대상국은 국내 건설업체가 대형 건축사업을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리비아.싱가포르.베트남등 중동과 동남아 건설현장이다.

이처럼 해외 구직신청이 증가하는 이유는 국내 건설경기의 침체와 IMF협약으로 기업들이 앞다퉈 내년도 신규 투자를 줄일 방침으로 있어 구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 최근 두달사이에 달러 환율이 2배로 폭등하면서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돈벌이가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겹쳐 해외진출 붐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지방노동청 윤석영 (尹錫榮) 직업지도관은 "국내 경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반증한 것" 이라며 "중앙고용정보관리소를 통해 해외진출을 알선하고 있다" 고 말했다.

광주 = 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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